TDR21V - 소설판

[TDR21V] 챕터 1 <절망 학원 살인사건> -8

K-pleasure 2021. 10. 23.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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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양도 범인이 아니었다.
츠미기리 역시 아니다.
하지만 그가 말한 동기가 나를 약간의 충격에 빠트렸다.

[이치노사키 세이카]
사랑하는 자를 죽여..?

[호시카게 유키무라]
그런...

[츠미기리 츠루기]
거짓말일 게 뻔하잖나.

뭐?

[츠미기리 츠루기]
난 사랑하는 자 따윈 없네.

[세키가하라 미스즈]
뭐.......?

그 순간, 나는 세키가하라 양이 진심으로 절망하는 것을 보았다.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좋겠지.

[츠미기리 츠루기]
아무튼 난 사람을 죽이진 않았네. 이걸로 말할 수 있는 사실은 뭐지?

[쿠로자와 하코네]
범인을 추정할 수 있는 증거는... 완전히 사라졌다...

말도 안 돼.

[이치노사키 세이카]
그럴 리 없어!! 아직 방법이 있을거야, 어딘가 구멍이..!

[타카하시 유우리]
있을지도 모르죠.

[츠미기리 츠루기]
호오?

 

범인을 찾을 방법...?

일단, 타카하시의 말을 들어보자!


[카네다 츠지로우]
범인을 추릴 수 있는 방법?

[쿠로자와 하코네]
그게 뭐야?! 어서 말해줘!

[타카하시 유우리]
우리들 전원의 동기를 한 번씩 확인해 보는 겁니다.


[이치노사키 세이카]
거기에 찬성해.
흉기도 특정됐고, 살해 수법도 알았다면, 남은 건 왜 죽였는지밖에 없어. 각자가 모노쿠마에게 받은 동기에 대해 의논해 보면 분명 답이 나올거야.

[나가사키 사쿠라]
그, 그럼 퍼뜩 보여주자꼬! 방, 방법이 이거밖에 없는 건 확실하제?!

그렇게 말한 나가사키는 어째선지 뻘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호시카게 유키무라]
왜 그러세요, 나가사키 양?

[나가사키 사쿠라]
아, 아니 그... 실은 나가 그 종이, 찢어부렀데이... 내용도 기억 못 허구.

...

[쿠로자와 하코네]
다들 쪽지 있지? 난 있는데.

[나가사키 사쿠라]
즈 즈기여!? 내는 안 내도 되는기가!?

그러게 그걸 왜 찢냐.

[에도가와 유카리]
일단 갖고 있는 사람들만 꺼내자.

각자가 가지고 있는 쪽지를 꺼내 책상에 두기 시작했고, 에도가와 양이 그걸 모으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없어서 울부짖는 사람도 있었다.

[에도가와 유카리]
좋아, 다 모았으니 전부 읽을게.
이치노사키 세이카, '시루시 쿠스리는 호시카게 유키무라를 좋아하고 있어.'...
카츠라기 카렌, '미무라 코토코는 자신에게 콤플렉스를 갖고 있어.'

그렇게 에도가와 양은 천천히 한 명 한 명의 동기들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읽는 도중 몇 명은 자신의 비밀이 밝혀져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에도가와 유카리]
카케미즈 쵸지, '너만이 유일한 희망이야.'
츠미기리 츠루기, '살인을 하지 않으면 사랑하는 이를 죽여버리겠어.'
...
.......

? 뭐지?

[이치노사키 세이카]
...왜 그래?

[에도가와 유카리]
강안나, '너희들 중에 흑막이 있어.'
호시카게 유키무라, '이치노사키 세이카는 흑막일지도 몰라.'

...
...뭐?

[이치노사키 세이카]
...말도 안 돼.

[마모리 사아야]
절대 그럴 리 없어! 이치노사키가 흑막이라니... 거짓말이야!

[미무라 코토코]
닥치고 듣고 있어! 세이카 짱이야말로, 누구보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마.

...두 사람에겐 나중에 진심으로 고마워해야겠다.

그리고, 마지막...

[에도가와 유카리]
던케르크 마이트, '카케미즈 쵸지는 너희를 죽이려 하고 있어.'

...
잠시 동안의 정적이 흘렀다.

[던케르크 마이트]
이치노사키 씨, 말하셨죠. 살해 수법도, 흉기도 알았으니 남은 건 동기 뿐이라고. 축하드립니다, 정답이에요.

그리고 던케르크 군은 나지막하게 말을 이었다.

[던케르크 마이트]
처음부터 알려드리죠.
동기로 그 쪽지를 받은 저는, 내용을 보자마자 동기가 아닌, 그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선 안 되었을 텐데 말이죠.
그날 심야시간, 저는 살해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걸 실행에 옮겼죠. 조금 몸싸움이 있었지만 카케미즈 군을 기절시키는 데 성공했어요. 아까 이치노사키 씨가 맞혀서 제가 검정이라는 게 탄로날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안나 양이 화제를 잠시 돌려 주셔서 다행이다 싶었죠.

[강안나]
...

그녀는 자신이 한 짓을 후회하고 있었다. 왜 애꿎은 츠미기리를 범인으로 몰았는가 하고.

[던케르크 마이트]
창고에서 로프로 그의 목을 졸라 질식시켰어요. 그런 와중에도 그는 기지를 발휘해 발버둥쳤지만, 명치를 때렸죠. 토혈은 그때 한 거에요.
아무튼, 저는 완전히 기절시킨 그를 세탁기에 넣고 돌렸죠. 하지만 예상 못한 변수가 있었어요. 카네다 군이었죠. 그가 오는 걸 보고는, 위장하기 위해 급하게 코트를 꺼내 말리는 시늉을 했죠.

[타카하시 유우리]
...왜 말하지 않았죠.

[카네다 츠지로우]
증언하지 않아서 미안해. 하지만... 설마 그런 짓을 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던케르크 마이트]
살인이 끝났을 때 시체는 피투성이였죠. 휴지도 없고, 수건으로 닦아내면 흔적이 남아서 일단은 열려있는 카케미즈 군의 개인실에서 피를 씻겨내고, 그의 방에 있는 수건으로 물기를 말렸죠. 


[에도가와 유카리]
...

[던케르크 마이트]
그리고는 코트를 꺼내 입히고, 자살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목에 로프를 묶었죠. 이게 전말이에요.
정말... 웃기지도 않죠. 그런 거짓말 하나에 속아넘어가선 사람을 죽이다니.

[쿠로자와 하코네]
그럼에도 너는 여길 빠져나갈 계획을 했고 말이지.
트릭을 설치한 점에서 알 수 있어. 너는 거짓말에 속은 게 아니라, 빠져나가기 위해 죽인 거야.

[던케르크 마이트]
...면목 없습니다.

[카네다 츠지로우]
...투표나 하자. 빨리.
개인실로 가서 컵라면이나 먹고 싶어.


학급재판, 폐막

Case 01


"정답~! 첫 학급재판의 검정은 초고교급 농구선구인 던케르크 마이트 군이었습니다! 다들 살아남은 거 축하해곰~"

모노쿠마는 기쁜 듯 웃으면서 말했다.

"다시 한 번, 면목 없습니다 여러분. 특히 카네다 군에게는요."
"...됐어."

카네다는 애써 태연한 척을 하고 있었다. 친한 친구가 살인을 했으니 놀라는 것도 당연하겠지.

"...다 같이 밖에 나가서 함께 농구하자 한 거, 거짓말이었냐고는 안 해."

카네다와 던케르크 군, 카케미즈 군은 이 곳에 오고선 곧잘 어울려 놀곤 했다. 체육관에서도 농구하는 모습도 보였다. 셋의 우정은 특히 돈독했기에, 서로의 죽음이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 이제 처형해도 되려나? 나도 슬슬 자고 싶은데~"
"그 전에, 하나만 물어도 될까요, 모노쿠마."
"응~? 뭐든 물어봐~"
"제가 받은 동기는, 짓말이었습니까."

...

"할 말은 그것뿐이야?"
"...뭐?"
"그럼~ 질문도 끝났으니 시작할게~
이번 재판을 위해 던케르크 군을 위한 초 스페셜한 벌칙을 준비했습니다!"
"대답해!!! 이 망할 곰탱..."
"그럼 힘차게 가 볼까요! 처형 타임~!"
"모노쿠마아아아아아아아아!!!"

처형 : <333점 폭발 자유투>
초고교급 농구선수 던케르크 마이트 처형식

던케르크는 농구대만큼의 높이의 막대 위에 묶여있고, 저 멀리 근육질 모노쿠마가 있다.
모노쿠마는 묶여있는 던케르크에게 농구공을 하나하나 던진다.
발버둥쳐서 공들을 겨우겨우 피하는 던케르크. 하지만 조금씩 맞게 된다.
갈수록 더 빨리, 더 많이 공을 던지는 근육질 모노쿠마. 바구니의 공을 전부 다 던지고는 옆에 있던 거대한 폭탄을 던케르크에게 던진다.
너무나도 커서 피할 수 없을거라 생각한 던케르크는 눈을 질끈 감고. 폭탄이 그의 코앞까지 날아왔을 때, 폭탄이 터져버린다.
폭발한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렇게 첫 처형은 막을 내렸다.

"와우~ 엑셀런트한 처형이었어~!"
"..."

카네다는 아무 말 없이 먼저, 재판장 밖으로 나가 버렸다.
다른 학생들도, 모노쿠마도 하나 둘, 재판장을 떠났고, 남은 건 나와 호시카게 양, 시루시 양, 미무라 양, 마모리 군, 에도가와 양, 세키가하라 양, 츠미기리 뿐이었다.

"...날 도와준 것에 예를 표하지, 이치노사키. 정말 감사하네. ...이 은혜는 언젠가 다시 갚도록 하지."
"...고마워, 이치노사키."

츠미기리와 세키가하라 양도 느긋하게 재판장을 나갔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서로 아무 대화도 없이.

"이치노사키 군. 하나 묻고 싶습니다."
"...뭐야."

내게 질문을 하나 던지는 호시카게 양.

"-당신은 정말로 흑막인가요."

그럴 리 없잖아, 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려던 그 순간-

"그럴 리 없잖아!!"

미무라 양이 호시카게 양의 멱살을 잡고 말했다. 아까와는 다르게 크게 분노하면서.

"거짓말인 게 뻔하잖아. 세이카 짱이, 그런, 그런 짓을 할 리 없잖아...! 그야, 이렇게 우리들이 학급재판을 끝낼 수 있게... 힘써 줬잖아!! 그런데도 의심하는거야?!"
"의심할 수 밖에 없잖아요. 이치노사키 군이 흑막이 아니라는 증거 역시,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너, 말은 가려가면서 해. 본인 앞에서 그런 식으로 비난하지 말라고!!"
"그럼 어쩌라는 거죠? 이 쪽지 말대로, 이치노사키 군이 진짜 흑막이면..."
"둘 다 그만해!!"

무심코 크게 외쳤다.
미무라 양의 진심을 느꼈다. 감정이 북받쳐 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둘 다, 그만해.. 그만해 줘... 나 때문에 이렇게 싸워선 안 된단 말야..."
"이치노사키..."
"...잠시, 혼자 있고 싶어."

나는 눈물을 훔치며 황급히 재판장을 떠났다.
뒤에서 마모리 군과 미무라 양이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신경쓰지 않고 달려 나왔다.

바깥은 이미 어두웠다. 4월인데도 차가운 공기가 살결을 스치고 있었다.
개인실로 돌아왔다. 침대 위에 앉아 곰곰이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정말로 흑막인 걸까, 모두를 죽이려고 이 학원에 온 걸까 하고.

"세이카 짱..."

미무라 양이 개인실 문을 통해 얼굴을 보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조용히 들어와 내 옆에 걸터앉았다.

"세이카 짱..."

천천히 날 안으며 등을 토닥여 주었다. 어째선지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괜찮아. 세이카 짱은 흑막 같은 게 아냐. 괜찮아..."

그 품 속에서 나는 조용히 잠에 빠졌다.

챕터 1 <절망 학원 살인사건>

END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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