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DR21V]챕터 1 <절망 학원 살인사건> -2

생각해보니 개인실에는 내 재능을 발휘하기 위한 믹서나 컴퓨터 등, 여러 기자재가 놓여 있었다. 이걸 쓰면서 하루종일 놀아도 모노쿠마 성격엔 건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형태라도 일단 나는 이 학원에 입학한 학생이다. 동기들과 친목을 다지는 게 지금으로선 기계를 만지는 것 보단 나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개인실을 나와 사람을 찾는다. 일단, 나와 가장 접점이 없는 사람부터.

"...그래서, 결론은 나랑 조사하고 싶다고?"
"어, 응. 맞아. 체육관에 뭐가 있는지 조사하고 싶은데, 괜찮다면 같이 가 줄 수 있을까? 나중에 매점에서 뭐라도 쏠테니까..!"
"하아.. 뭐, 괜찮아. 기왕 하는 거라면, 점심시간까진 도와줄게. 조사가 끝나면 서로 찾은 걸 보고하고, 해산하는거야."

제일 먼저 찾은 사람은 안나 양이었다. 초고교급 분석력인 그녀라면, 조사 중 뭔가 수확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나로 괜찮겠어? 마모리라던가, 미무라라던가. 네 주변엔 많잖아, 친구."
"둘이야 뭐, 조사엔 그닥 도움 안 되니까. 체육관엔 딱히 무거운 것도 없어서 힘 쓸 일도 없겠고."
"그래, 뭐... 아무튼 조사 시작하자."

그렇게 둘아서 체육관을 조사하기 시작한 지 어느덧 2시간. 오전 11시 반이 되어가도 아무런 단서 하나 찾지 못했다. 모노쿠마가 튀어나왔던 단상 뒤도, 방송실도, 물품준비실도.

"이치노사키, 어차피 구석구석 조사했는데 말이야. 더 볼 것도 없어 보이고. 조사는 그만두고 얘기나 할래?"
"응? 뭐, 좋아."

적당히 벤치에 앉는다. 안나 양도 옆에 앉는다.

"...좋아하는 노래 있어?"
"yes의 roundabout."

To be conti...

"한국 노래는?"
"아이돌 노래였는데, 어느쪽도 이름은 기억 안나. 가사만 조금. 요즘은 일본 아이돌 쪽이려나."
"의외네, 아이돌 노래는 안 듣는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그러는 안나 양은 뭐 좋아하는데?"
"마이조노 사야카의 '오늘도 해피니스'."
"헤에, 마이조노의 노래는 잘 안 들어 봤는데, 어떤 노래야?"
"꽤 옛날 노래야.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산다는 그런 가사."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10분 정도가 흘렀다.

"정말로 내가 조사 잘 할 것 같아서 고른 거 맞지?"

뭐?

"그... 다른 점 때문에 권유한 건 아니지..."
"어, 응. 그런 건 없는데?"

그리고 잠깐의 머뭇거림.

"...고마워, 나 골라줘서."
"응?"

무슨 뜻인지 해서 물어보려던 그 순간-

(딩동댕동-)

[에~ 점심시간입니다~ 원하시는 학생 여러분은 점심 식사를 하셔도 좋습니다~]

"...점심 시간이네. 그럼 해산하자. 나중에 봐."
"응? 아, 알았어. 이따 보자."

안나 양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터덜터덜 체육관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 뒤로 마모리 군이 뛰어오더니...

"어이 이치노사키! 같이 밥 먹자!"
"에?! 어, 그래..!"

점심은 아침과는 그닥 다를 건 없었다. 적당히 마모리 군과 먹으며 잠담을 했다.

"그래서, 아까 안나랑 있던 것 같은데. 혹시 꼬셨냐?"
"그, 그런 거 아냐. 그냥 조사하는 데 힘이 좀 필요했을 뿐이라고."
"헤에, 그렇단 말이지~..."

꽤나 평범하게, 우리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고, 조사하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지내기를 약 이틀.
이런 일상이 매일같이 이어진다면, 살인 따위 신경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그 때.
첫 번째 재앙이 들이닥쳤다.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너희들, 지금 체육관으로 모여 주세요!]

츠키시마 학원에 갇히고서 3일째, 정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