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27. 15:45ㆍTDR21V - 소설판
집에 돌아와보니 아버지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아버지, 아직도 자는거야?"
뭐, 등에 식칼이 꽃혀있으니 아직도 자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순수했던 나는 점점 피폐해져만 갔다. 어릴적 찾아다니던 어머니 따위도 이젠 어디에 있든, 살아있든 죽어있든 상관 없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남자를 찾기 시작했다. 망할 아버지 때문에 일찍 어른의 정사를 알아버린 나는 비싼 값을 받으며 밤일하는, 흔히 말하는 몸팔이를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학업에 어떻게든 열중해서 전교권의 자리에 앉고, 장학금을 얻어, 아버지가 안고 있던 채무도, 생활비도, 전부 청산할 수 있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루틴에는 변함 없었다. 여전히 난 몸을 팔고 다녔다. 가끔은 돈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그런 친구들'을 만들었지만, 세상 남자들이 다 그렇듯 내가 질리면 모두 날 떠나갔다.
슬슬 그런 일에도 흥미를 잃어 정상적인 알바를 시작했고, 앞으로의 진로도 뭣도 생각하지 않은 채 전전긍긍하던 생활을 하던 중, 난 그 학교로부터 스카우트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여기 있다. 그래. 이 츠키시마 학원에 있다.
괜찮아. 여기라면 학비도 알바도 필요 없어. 여기서부터라면 나도 언젠간.
남들이 말하는 "행복한 생활"을 시작할 수 있을거야.
"사쿠라 짱, 미스즈 짱!"
"아, 코토코."
"남탕 훔쳐보자냥!"
"아앙? 야는 갑자기 무슨 소리가?"
두 사람 다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실은 말이지? 아까 트레이닝룸 앞에서 우연히 세이카 짱이 사아야 짱한테 남자애들 모아서 다같이 목욕하자는 소릴 들어서 말이지냥!"
"...별로 내키진 않..."
"츠루기 짱의 알몸이 있다구? 너한테는 이득 아닐까나?"
"몇 시?"
나이스.
"출진 인원은 나랑 미스즈 짱, 사쿠라 짱, 그리고... 유카리 짱도 가는 거냥?"
"그래, 가긴 가겠지만. 난 어디까지나 너희들이 사고 안 치도록 감시하는 역할에 불과하니까. 여차하면 너희 셋 다 끌고 도망칠거야, 알았어?"
"알았어냥~ 그럼, 목표는 기숙사 대욕탕! 출발이다냥!!"
""오~""
남자의 맨몸이 딱히 궁금하진 않았지만, 재미있으니까 해 보기로 했다. 이 학교에서 처음 생긴 친구들과의 추억을 남기고도 싶었다.
지금 시간은 오후 7시, 분명 남학생들은 지금 이 시간, 대욕탕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
발소리를 내지 않는 걸음으로 대욕탕 탈의실에 침입한다. ...좋아, 탈의실엔 아무도 없군.
더욱 나아가 욕탕 안쪽을 본다. 옆으로 미는 문이니 살짝만 열고 보면 눈치 못 챌 것이다.
"오오오오...!"
"이, 이것이 남자...!"
"후우~ 오랜만에 온천은 역시 시원하구만!"
"마모리 군은 체격 때문도 있고, 그런 말을 하니까 왠지 아저씨 같슴다."
다들 생각보다 몸이 좋았다. 항상 운동을 하던 만큼 몸상태도 좋은 사아야 짱, 평소에 별로 움직이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 쿠로자와랑 카렌 짱도 조깅 정도는 하는 건지, 몸에 붙어있는 잔근육 덕분에 꽤 괜찮았다.
"다들 멋있다냐...!"
"우오오..!!"
"아, 쿠로자와여, 미안하지만 거기 샴푸 좀 건네주겠나. 앞머리가 내려가서 시야가..."
"하여간, 너 머리 좀 자르라고 평소에 말했잖냐. 여기."
"하아...하아..."
미스즈 짱은 츠루기 짱의 몸에만 시선을 고정한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좋아.. 츠루기... 후우...하우우..."
...무슨 소릴 내는거야 이 녀석.
그것보다, 빨리 세이카 짱! 세이카 짱의 맨몸은 어디에...!
"단체로 훔쳐보기라니, 역시 어린애들이군.."
"그러게 말야..."
유커리 짱은 뒤에서 한숨을 쉬며 그렇게 말했고, 세이카 짱이 맞장구를...
...응?
"..."
나는 천천히 뒤를 돌며 위를 올려다봤다. 사쿠라 짱과 미스즈 짱이 연이어 뒤를 돌아본다.
세이카 짱이... 날 내려다 봐... 경멸하는 눈빛...
"헤으응...?"
"너희들 변태냐..."
그 상태로 두 사람에게 들어올려져 밖으로 내보내진다. 세이카 짱은 안으로 들어가고, 유카리 짱은 그대로 한숨을 쉬며 개인실로 들어가 버렸다.
두 사람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만족하고 돌아갔으나,
"등불은 꺼지지 않았다냐...!"
다시 한 번 대욕탕을...!
"후우~ 슬슬 나갈까?"
"벌써? 아쉽네.. 아직 제대로 사우나 못 했는데..."
젠자아아아아앙!!!!!!
어쩔 수 없지... 그냥 개인실이나 가자.
"...거기 미무라도 괜찮으면 같이 먹을래?"
"아? 세이카 짱...? ...괜찮아, 다음에 먹자."
세이카 짱의 권유를 뿌리치고 개인실로 들어왔다.
"...으아아!!! 뭐야 난 대체, 젠장할!!!!!"
애꿎은 배게를 팍팍 때리며 화풀이.
"저어기~ 미무라 양~"
"아앙? 뭐냐 곰탱이 새끼."
"호달달, 무서워라... 괜찮아, 미무라 양한테 엄청 나이스보트한 이야기니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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