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DR21V] 챕터 2 <희망문학 - 나의 절망 오렌지나무> -5

2021. 10. 29. 13:49TDR21V - 소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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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무라가 자네를 데리러 나간 사이, 이미 모노쿠마가 와서 시체라는 말을 하고, 이 모노쿠마 파일을 주고 가버렸네. 어쩔 수 없지만... 또다시, 이 지옥의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는 소리라네."
"젠장... 대체... 누가... 왜..."
"어쩔 수 없죠.. 일단 조사를..."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절망은 또다시, 우리들을 죽음의 길로틴에 서게 만들었다.
이미 조사는 시작된 뒤였다. 츠미기리의 말에 따르면, 호시카게, 안나, 세키가하라, 카네다, 쿠로자와, 카츠라기는 이미 조사하러 떠난 직후라고 한다.
마모리와 나가사키는 시체의 감시를, 시루시와 에도가와는 시체의 부검을 하고 있었다.

"지, 지난 번엔 당황해서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지금부턴 제가... 시체의 부검을 담당할거에요. 그럼 모노쿠마 파일에 없는 자료도, 금방 알아챌 수 있을 테니까요..."

"어떡할거야? 지금부터라도 조사할까?"
"...어쩔 수 없어. 나도 지금부터, 최대한 많이 정보를 모아야만 해."
"도와줄게. 혼자선 역시 힘들테니까."

미무라가 나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처음보다, 꽤 인상이 바뀐 것 같네. 아까까지 쓰던 냥체도 안 쓰고."
"그, 그건.. 원래부터 진지할 땐 안 썼어. 그리고...
세이카 짱이 원한다면... 이제부터 안 할거야."
"..알았어."

수사 시작


일단, 모노쿠마 파일부터 확인해보자.

<모노쿠마 파일 No.2>
이름 : 타카하시 유우리
사인 : 모세혈관에 일어난 응집 현상으로 인한 즉사
시체 발견 현장 : 1층 양호실 병상
사망 추정시각 : 오전 3시
특이사항 : 시체의 복부 명치 부근에 식칼이 꽂힌 채로 사망함. 팔뚝에 주사바늘이 꽂혀있음.


시체의 상황도 모노쿠마 파일에 의한 것과 별반 차이는 없어 보였다.

미무라의 말에 따르면 사아야와 미무라가 걸어가던 중 죽어가는 타카하시를 목격, 양호실 병상에 눕히고 시루시를 찾으러 갔고, 그녀를 데려온 뒤 다른 사람들을 데려오던 중 사망한 것이라고 한다.

말탄환 수집
: 모노쿠마 파일 No.2
: 시체 발견 상황


"그런데, 응집 현상이라는 건..?"
"수혈 도중 자신의 혈액형과 다른 혈액형을 수혈할 경우, 만일 그 혈액형이 자신의 것과 맞지 않는다면 몸이 적으로 판단하고, 서로간의 혈구가 얼키고 설키면서 혈류를 방해, 결국 피가 굳어버리죠. 이걸 응집 현상이라 하는데, 만일 수혈하는 피가 20ml이상이 되어버리면 과도하게 응집되어 즉사할 수 있어요."
"이해하기 좀 어렵지만, 몸 속의 피가 굳어있단 거지?"
"뭐, 그렇게 보셔도 무방할 것 같아요."

말탄환 수집 : 응집된 혈액

"그럼 죽기 전에 유우리 짱에게 수혈한 사람이 있다는 거 아냐?"
"그렇다고는.. 생각하지만... 적어도 제가 양호실에 온 뒤부터는... 누구의 피도 수혈하지 않았어요..."
"그럼 범인은 시루시를 부르기 전에 타카하시에게 피를 수혈시켜 응집 현상이 일어나게 만들었다는 건가..."

말탄환 수집 : 시루시의 증언

"맞다, 참고로 양호실에 있는 수혈팩은, 어째선지 단 하나도 쓰이지 않았어요."
"그런... 그럼 대체 누가 어떻게 수혈한거지..."

말탄환 수집 : 사용되지 않은 수혈팩

"그리고, 시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이 식칼. 식당 주방에서 완벽히 똑같은 식칼을 봤어. 아마 거기서 가져왔겠지. 그리고 식칼에 의한 상처로 봤을 때, 출혈량도 어마어마했을거야. 수혈은 불가피했겠지."

"흐음... 응? 그런데 이 식칼, 그대로 칼에 꽃혀있다기엔 너무 깨끗해. 마치, 칼을 뺐다가 상처에 다시 넣은 것 처럼.


말탄환 수집 : 깔끔한 식칼

"저기 말이야, 이 칼이 꽃혀있는 형태도 유심히 봐 둬야 할 것 같아."

에도가와가 나에게 식칼을 가리키며 말했다.

"칼이 꽃혀있는 형태?"
"응. 어떤 사람이 어느 손으로 찔렀느냐에 따라, 칼이 꽃히는 형태와 상처는 미세하게 차이가 있거든. ...이런 형태는 보기 드물지만, 아마 왼손으로 찌른 것 같아."
"왼손이라..."

말탄환 수집 : 식칼이 꽃힌 모습

"...생각해보니, 나도 지금 말해야 할 게 있는 것 같아."
"응?"

미무라는 나를 똑바로 보고 이렇게 말했다.

"이제와서 처음 증언하는 거지만, 나, 누군가 유우리 짱에게 수혈하고 도망치는 걸 봤어."
"뭐!?"
"하지만 그게 누군지는 몰라. 내가 발견했을 땐 이미 도망친 뒤였으니..."
"그렇군... 완전히 확실하지는 않은 정보니까 아직 증언하지 않은 건가."

말탄환 수집 : 미무라의 증언

"아, 세이카 짱. 혹시 시간 있음 여 함 봐 봐라."
"응?"

나가사키가 가리킨 곳, 양호실의 창틀에는 누군가가 밟고 넘어간 흔적이 보였다.

"여기 이 꺼먼 자국 말이데이. 좀 수상하지 않나?"
"이건.. 발자국. 생긴 지는 얼마 안 된 건가?"
"처음 왔을 땐.. 이런 자국은 없었죠..."
"아까 미무라가 한 말을 생각해 보면, 이건 범인이 도망칠 때 남긴 자국 같네."

말탄환 수집 : 양호실 창틀의 족적

양호실에서 조사할 만한 건 이 정도려나.

"일단 바깥도 조사해보자."
"사건과 관계 있을만한 장소를 생각해 보면..."
"유우리 짱이 가장 자주 갔던.. 식당은 어떨까."

식당은 이미 세키가하라와 쿠로자와, 카네다가 조사중이었다.

"아, 이치노사키냐. 먼저 식당을 전부 조사해봤지만, 이상한 점은 별로 없었어."
"그렇구나... 그럼 평소랑 특히 다른 점은?"
"주방에서 식칼이 2개 사라진 정도? 하나는 타카하시의 시체에 있는 그것이겠지만, 다른 하나는 왜 없는 걸까."
"그렇군..."

"그러고 보니, 아까 나가사키한테 들었는데 말이야. 우리가 다 함께 저녁을 먹은 뒤인.. 즉 오후 9시 30분쯤, 간식을 먹으러 왔을 때 식칼 하나가 사라진 걸 봤다는군."
"식당 주방에는 누군가 만들다가 만 요리가 보였어. 아마 타카하시겠지. 그리고 그 요리엔... 피가 뿌려져 있었어."
"만들다 만 요리에 혈흔..."

말탄환 수집
: 사라진 2개의 식칼


"초고교급 주부가 가장 많이 올 만한 곳이 여기 외엔 생각나지 않았는데, 결국 별 건 없었구나."
"샅샅이 뒤져봤지만..."

카네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별 성과는 없다 말했다.

"그럼 이제 어떡해야 좋지... 정황상 여기서 칼에 찔린 건 확실해보이고..."
"개인실에 뭔가 도움될 건 없을까?"
"아마 없을지도. 세이카 짱 찾으러 갈 때 잠깐 조사해봤지만 아무것도 없었어."
"그렇군..."

일단 물적인 증거는 전부 찾아봤다고 생각한다. 남은 건...

"범행동기는 대체 뭐지...?"
"동기.."

식당에서 나와서 한참을 생각해본다.

"...아, 나 잠깐 화장실 다녀올게. 여기서 기다려!"

그렇개 말한 미무라가 화장실로 달려갔다.

"..."

...잠깐만. 날 찾으러 갈 때 조사를 했다고? 굳이 날 찾으러 갈 때?
내가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가...
그리고, 갑자기 함께 조사하고 싶다고 제안한 것도 조금 이상하다. 첫 학급재판 때는 혼자 조사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번엔 굳이 나랑 조사를?
...혹시 나에게 뭔가를 숨기고 있는 건가.

"...정말로 그럴 리는 없겠지만, 개인실.. 조사해 볼까."

미무라가 오지 않는 걸 확인하고 그녀의 개인실에 들어갔다.
안은 생각보다 깨끗한데?

"테이블이랑, 서랍에도 별 다른 건 놓여있지 않아. 침대 밑에도..."

정말로 내가 괜한 의심을 한 건가, 다시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묘한 걸 보았다.

"이건... 대체..."

그것은.. 한 장의 쪽지.
하지만 무언가에 의해 난도질되어 자세히 읽을 수 없는 쪽지.

이게 정말 만에 하나, 억에 하나, 사건에 관련된 거라면, 너무나도 결정적인 증거가 되지 않을까?

"..."

말탄환 수집 : 의문의 쪽지

"세이카 짱."
"히엑?!"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미무라가 귀에 대고 실짝 이름을 부르자,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난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후후, 귀여워..."
"미, 미무라였냐... 놀랐잖아."
"정말, 내가 그렇개 의심된 거야?"
"..."
"뭐, 의심할 수도 있지. 누가 뭐라 해도, 여기 있는 모두를 의심해야 하는 학급재판인걸. 그래도...
세이카 짱 만은 날 의심하지 말아줬음 좋겠는걸..."

코앞까지 다가와 속삭이듯이 말했다. 어째서인지 속삭이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따뜻하게 감싸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마음이 편해졌다.

"알았지..? 의심하지 말아줘..."
"..알았어...."

[자아~ 슬슬 학급재판의 시간이에요~ 학생 여러분은 지금부터 학급재판장 앞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때가 되었다.
두 번째 학급재판의 시간.
초고교급 주부 타카하시 유우리를 죽인 범인은 대체 누구인가... 그걸.
지금부터 완벽하게 밝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