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5. 18:39ㆍTDR21V - 소설판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죽어버렸어.. 너 때문이야
너만 없었어도...
다 네 잘못이야. 죽어버려, 괴물.
어디론가 사라져버려.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크게 비명을 지르며 눈을 떴다.
이마에선 식은 땀이 비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악몽..인가?"
주변을 돌아봤다. 새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방에, 침대가 몇 개. 창문 바깥을 봐도 인공적인 풍경 뿐이었고, 나는 침대들 중 하나에 누워있었다.
사립 츠키시마 학원의 양호실이었다. 주변에 인기척이 없는 것을 보아 심야시간이기에 다들 자고 있거나, 어딘가에 모여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덜덜덜덜덜덜덜덜덜덜덜덜덜덜덜덜...
실시간으로 매너모드가 되어 떨고 있는 시루시 쿠스리가 보였다.
"시루시...?"
"이, 일어나셨어요..?"
아마도 일어나면서 지른 비명 때문이겠지.
"그.. 소리지른 것 때문이면 미안해. 좀 나쁜 꿈을 꿨어."
"아, 아니에요오... 미안해 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그것보다, 왜 난 여기에 있는 거지..?
분명 난 학급재판이 끝나고... 미무라가 처형당하고...
"저, 정신이 조금 혼미한 것 같아 설명해드리자면... 학급재판이 끝난 뒤에, 쇼크가 너무 커서 그런지, 그으... 쓰러지셔서.. 마모리 군이 데, 데려왔어요... 그 후로 아마, 이틀 정도 지났고요... 제 주제에 마, 말이 많았죠...? 죄송합니다아..."
"아, 아냐.. 고마워."
시루시에게 간호 준 것에 감사를 표하고 양호실에서 나왔다. 바깥엔 마침 양호실을 향해 걸어오는 사아야가 보였다.
"아, 사아야! 무슨 일이야?"
"세이카! 이제 몸은 괜찮은 거냐?"
"갑자기 쓰러졌으니까. 걱정돼서 왔어."
"고마워, 정말..."
"...좀 더 누워있어도 괜찮지 않아?"
"괜찮아, 이제 기운도 차렸고."
"아아.
...미무라에 대한 건 유감이라 생각해."
"아냐. 딱히 그러지 않아도 돼.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거짓말 하지 말라고. 다 티 나니까."
"아하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3층이 개방되었고, 이전 살인때 모노쿠마가 미무라에게만 미리 동기를 들려준 것에 대하여 불공정했다고 판단하여 규칙에 '모노쿠마는 평등한 게임을 위해 반드시 모두에게 동기를 부여한다.'라는 룰을 추가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니까 이 참에 3층 조사하러 가라고. ...맞다, 그러고 보니 에도가와가 너 깨어나면 도서관으로 와 달래. 할 얘기가 있다고."
"할 얘기?"
"뭔가 우리한테는 말 못할 이야기인 것 같던데? 가서 들어봐. 난 트레이닝 룸이나 가야지. 얘기 끝나면 채팅해."
"으응, 고마워."
그렇게 말한 사아야는 어딘가로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럼 나도 슬슬 가볼까.
도서관에는 사아야의 말대로 에도가와가 책을 읽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표지의 영문 타이틀로 보건데, 상당히 어려운 유럽쪽 책으로 보였다. 그런 책을 읽는 그녀마저도 고귀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난 그런 그녀를 향해 헛기침을 하며 근처 자리에 앉았다.
"...아, 잘 잤어? 잠꾸러기."
"잠꾸러기라니, 평소엔 그렇게 안 잔단 말야."
"후후, 뭐 좋아. 아무튼 전언대로 너에게만 할 말이 있어."
에도가와는 읽던 책을 내려놓고, 나를 향해 자세를 다시 잡으며 말을 이었다.
"『초고교급 절망』에 대해선 알지?"
"물론 알고 있지. 에노시마 준코를 비롯한 키보가미네 학원 77기생들과 일반인의 세계 테러...그 77기생과 에노시마 준코를 초고교급 절망이라 칭하고, 그들에게 세뇌당한 자들을 절망의 잔당이라 부르지."
"아무래도 이 일은 그 사건의 연장선상으로 보여. 모노쿠마도 그렇고, 살인과 학급재판, 전부..."
"...키보가미네 학원 78기생의 살인게임."
"정답. 누군가가 그 재현을 일으키기 위해 우릴 여기 가둔 것 같아."
"하지만 절망의 잔당은 완전히 제거되었잖아. 이 세상의 누가 또..."
"일단 진정하고 들어 봐. 내가 보기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숨어있던 절망들이 깨어나, 다시 움직인거야. 그리고 이 살인게임의 흑막이자, 그 절망의 잔당은, 우리 안에 있어."
"우리 안에...?"
"이 츠키시마 학원은 지금은 분명히, 그 누구도 이곳에서 나갈 수 없고, 그 누구도 이곳에 들어올 수 없는 구조니까. 흑막도 그 제약을 받고 이 학원 안팎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겠지. 그러니까 우리들 중 하나. 그럼 누가 가능할지 한 번 추리해볼까?"
"일단 이런 사태를 일으킬 만한 재력이 있는 사람, 그리고 그럴 만한 지능이 있는 사람..."
"카네다 츠지로우와 츠미기리 츠루기, 카츠라기 카렌, 카케미즈 쵸지와 호시카게 유키무라, 시루시 쿠스리, 그리고 너."
"확실히 그중 하나라면 그럴 수 있겠지... 그런데 난 왜...?"
"일단 시루시 쿠스리와 호시카게 유키무라는 성격상 안 될 게 뻔해. 당장 호시카게에게 의존하는 시루시의 성격과, 첫 학급재판 이후 네 정체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 호시카게의 성격부터 말이야. 카네다 츠지로우는 돈은 있을지 몰라도 생각보다 머리는 딸려. 카케미즈 쵸지는 이미 죽었지. ...그리고 넌 이런 말 하면 미안하긴 하지만, 그 때의 동기 쪽지 때문이야. 자, 그럼 누가 남을까?"
"...츠미기리와 카츠라기와 나."
"셋 중 누구일진 아직 분간이 안 가. 어쩌면 셋 다일지도 모르고.
...일단 말할 건 여기까지. 더 자세한 건 나중에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해보자. 문제를 풀 기회는 반드시 찾아올거야."
"그래... 말해두겠지만 난 절대 흑막이 아니니까 말야!"
책을 더 읽고 가겠다는 에도가와에게 먼저 나가겠다며 손을 흔들고는 도서관을 나왔다.
그럼 이제 3층을...
"으윽..."
아직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건지 조금 어질어질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 빨리 3층의 조사를...
"아악, 머리가..."
"어이쿠, 위험하지 않나."
두통으로 쓰러질 뻔한 순간, 뒤에서 누군가 나타나 팔을 잡아 끌어올린 뒤, 나를 부축했다.
"츠미기리..."
"학급재판이 끝나자마자 쓰러질 정도로 체력 부족인 녀석이 어딜 급히 가는 것이냐. 간다면 잠깐 동안이라도 도와주도록 하지. 더 편하게 기대게."
"아아, 고마워... 그럼 부탁할게."
나는 츠미기리의 어깨에 기댄 채 3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3층을... 조사한다. 여기서 탈출할 단서를 찾기 위해, 흑막이 남긴 흔적을 찾아내기 위해, 여기서 일어날지 모를 살인게임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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