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25. 15:51ㆍTDR21V - 소설판
"...알겠습니까? 지금부터 행해지는 것은 실험, 당신은 실험체입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하나의 실험에 돌입합니다. 그 실험에서, 당신은 최후의 최후까지. 모두를 속여 살아남으면 되는 겁니다. 아시겠죠? 이기기만 한다면, 당신에게 케이크를 드리겠습니다. 그럼.. 시작하죠."
눈을 떴다. 익숙한 천장이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왼쪽에는 시루시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고, 오른쪽에는 안나가 내가 누워있는 침대에 얼굴을 묻고 자고 있었다.
츠미기리는 창틀에 걸터앉아 모노모노폰으로 채팅을 보내고 있는 듯 했다.
아무래도 나는 또 정신을 잃고 쓰러져서 양호실로 옮겨진 모양이다.
'나란 녀석이... 이렇게나 너희들에게 걱정 끼치고..'
문득 내가 너무 무리하는 건 아닌가 했다.
요 며칠 간, 4명이나 되는 친구가 곁을 떠났다.
무언가 비밀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품은 채 죽은 카케미즈,
흑막으로부터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 살인을 저질렀지만, 결국 모노쿠마에게 놀아났을 뿐이었던 던케르크,
모두를 위해 항상 상냥하게 대해주고, 마음을 써준 타카하시,
그런 그에 의해 의도치 않게 트라우마를 꺼내져 살인을 저지른 미무라.
죽어간 친구들을 보고 충격을 받으면서까지, 무리해서 탈출할 단서를 모색해왔다. 물론 이곳에 입학하고서부터 줄곧 규칙적인 생활을 해 왔으니 체력적인 한계가 온 것도 아니었다. 그저 스트레스로 인한 한계였으리라.
"...음? 아아, 벌써 일어났군. 두통은 가라앉았나?"
"응, 좀 나아졌어. 미안..."
"무리도 아니지. 그런 참극을 몇 번이나 봤으니. 그건 그렇고, 병상에 눕힌 지 두 시간 밖에 되지 않았으니 좀 더 안정을..."
"이치노사키이이이!!!!!"
"세이카아아아아아!!!!!"
츠미기리와 이야기하던 도중, 갑자기 에도가와와 사아야가 양호실로 뛰쳐들어왔다. 그 소리에 자고 있던 시루시와 안나가 화들짝 놀라며 깨어났다.
"너 또 쓰러졌다면서! 내가 무리하지 말랬지!"
"정말 내가 너 때문에 못 살아 진짜! 너 도서관 나갈 때부터 휘청이는 거 볼 때부터 알아봤다!"
"미, 미안해 다들... 걱정 끼쳐서..."
"...3층 교무실에 있는 학생부를 보고 갑자기 두통이 왔다고?"
"응, 왠지 모르겠지만 교무실의 사진을 보고는.."
"하츠자키...? 그건 분명..."
"하츠자키 유우카, 사립 츠키시마 학원 1기생, <초고교급 생존력>의 재능을 가진 선배일 거야."
"그, 그런데... 왜 1기 선배의 학생부가... 여기 나, 남아 있었을 까요...?"
"남아있는 건 그것 뿐이 아니었네. 2기생인 <초고교급 뇌과학자> 하시모토 란마루와, 3기생인 <초고교급 물리학자> 미츠시마 사다코라는 두 인물의 학생부도 남아 있더군."
"왜 그 셋밖에 남아있지 않았을까?"
"글쎄, 그건 이제부터 알아봐야겠지. 혹시 모르니 내가 미리 가서 사진 찍어둘게."
"그럼 난 에도가와, 너랑 같이 갈게. 교무실을 좀 더 둘러보고 싶어."
"응, 고마워..."
안나와 에도가와는 교무실에 있던 학생부들의 사진을 찍어두겠다 말하고 바깥으로 나갔다.
"난 조금 피곤하니 개인실에 가서 쉬고 있겠네. 3층에서부터 이치노사키, 자네를 업어서 여기 옮겨왔으니 말일세."
"응. 고마워, 츠미기리."
그렇게 츠미기리도 양호실을 떠났다. 남은 건 나와 사아야, 시루시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렇네. 오늘 그 둘은 어제 오늘 기숙사 바깥으로 나온 적이 한 번도 없어."
"...찾아가 볼까?"
"그럴래? 그럼 같이 가자."
"그, 그럼 다녀오세요, 두 분. 이치노사키 군은 꼭 여기로 돌아와주세요."
"응."
침대에서 일어나 사아야와 함께 양호실을 나와 기숙사로 들어갔다.
기숙사는 평소와 별반 다른 건...
"...음?"
어째서인지, 식당 옆에는 커다란 계단이 생겨 있었다.
"여기, 분명 벽 아니었어?"
"그러게, 분명히 이 자리엔 벽이 있었을 텐데. 언제 생긴 거지... 한 번 내려가 볼래?"
"그래. 어쩌면 둘이 거기 있을지도 모르고."
우리는 조심스레 어두컴컴해 보이는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내려가 보니, 그 곳에는 가까스로 어둠을 밝히고 있는 형광등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들이 발산하는 빛 아래에는 바카라, 마작 등의 도박에 쓰는 테이블들과, 파칭코, 룰렛 기계들도 놓여 있었다.
"깡."
"..."
"훗... 론!"
"크아아, 또냐!"
그런 한 쪽에선 카네다와 쿠로자와가 마작을 하고 있었다.
"너희들 뭐 하냐?"
"아, 마모리와 이치노사키냐. 마작 하고 있는데 말이지. 카네다 녀석, 너무 잘 해서 한 번을 못 이기겠어."
"초고교급 딜러에게 스포츠 도박 정도는 기본 상식이니 말이지~ 너희도 한 번 해 볼래? 간단하게 규칙 정도는 알려줄게."
"응? 좋아. 사아야는 어쩔래?"
"난 보기만 할게. 어차피 머리도 나쁘고."
"그래 좋아. 그럼 이치노사키는 여기, 내 옆에 앉아."
의자에 앉아 카네다와 쿠로자와에게 간단한 룰을 듣고, 게임을 시작했다. 완벽하게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직접 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직접 해 보니 의외로 말로 듣는 것보다 이해가 쉬웠다. 그리고...
"리치."
"으음...퐁."
"이건가? 으음... 이거."
"...쯔모?"
"우왓, 벌써?!"
"중 동 일기통관 도라2, 오야하네... 역에 관한 건 거의 안 알려줬는데 이런 걸?! 조금만 더 하면 먼저 날 수 있었는데 아깝다..."
"아하하... 그냥 감으로 불러 봤는데 이렇게 될 줄이야."
첫 게임을 시작하고 8순째, 너무나도 빠르게 두 사람을 이기고 말았다.
"너 사실은 전에 꽤 잘나가는 도박사였다던가, 그런 거 아냐?"
"아냐 아냐- 도박은 이게 처음인걸.."
"엄청나다 진짜.."
"헤헤..."
"..그러고 보니 카네다 군. 계속 침울해져 있었는데, 금방 밝아졌네."
"아버지로부터의 가르침이야. 남자는 슬픈 감정에 오래 몸담아서는 안 된다는. 게다가, 친구들의 희생으로 열린 길들이니까. 지금은 좌절한 채로 있을 순 없어. ...자, 그럼 난 좀만 더 해야겠어. 덤벼라 하코네여!!"
"좋아, 끝까지 간다!"
"으음.. 난 역시 여기까지만 해야겠다. 응..."
도박은 역시 그닥 흥미가 생기지 않았기에, 적당히 두 사람에게 인사하고 밖으로 나왔다.
"이제 어딜 가면 좋을까? 대충 갈 곳은 전부 둘러본 것 같고."
"천천히 정해, 시간은 많으니까. 난 트레이닝실에서 운동 좀 더 하러 간다!"
트레이닝룸에 가서 운동하겠다는 사아야를 보내고 양호실로 돌아왔다. 시루시는 병상에 누워있는 걸 보니, 얕게나마 자고 있는 듯 했다.
자, 그럼 오늘은 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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