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DR21V]챕터 3 <희망과 절망의 론도> -6

2022. 4. 28. 02:31TDR21V - 소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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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눈이 뜨였다.
왠지 온몸이 더웠다.

"..."

역시 술 때문인가..? 하고 생각하고, 하품을 하며 화장실로 가 볼일을 본다.
다시 잠을 청하려고 침대에 누운 그때,
'똑 똑'하고, 개인실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이 밤중에..."

문을 열어보니 나가사키였다. 반쯤 겁에 질린 듯한 모습이었다.

"그...세이카..그...그러니까.."
"뭔데... 잘 밤에 사람 깨우고... 아직 새벽.."
"그.. 츠루기랑... 미스즈가... 그러니까..."
"...?"

아무래도 상태가 이상했다.
이렇게까지 불안해하는 나가사키는 본 적이 없었다.

"아, 암튼 내 좀 따라와 도. 지금부터 쿠, 쿠스리 짱도, 깨워서 같이 갈 기다.."
"아, 응.. 그래."

양호실을 찾아가 얕은 잠을 자던 시루시를 깨워 함께 3층으로 올라간다.

"그, 그나저나, 나가사키 씨는 왜 이렇게 겁에 질려 있는 건가요..? 대체 무슨 일이길래.."
"..말..말하고 싶지..않다..내는... 내는..."

나가사키는 그리 말하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
"아.. 아아..."

도착한 곳은 미술실이었다.
시루시는 그들, 아니 그들을 보고 작게 신음했다.

"대체 왜-"

초고교급 조각가 세키가하라 미스즈와,
초고교급 살인해부학자 츠미기리 츠루기가,
시뻘건 피웅덩이 위에서 싸늘한 시체가 되어 누워 있는 것인가.


"... 아... 아아..."

또. 또다. 또 살인이 일어났다.
무섭다. 하지만 두 사람 앞에서 그 기색을 보일 수는 없었다.
결국은 이번에도 다시, 학급재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딩동댕동~ 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교내 여러분들은 발견 장소인 3층 미술실로 모여 주세요!]

"시.. 시체..."
"으아.. 아.. 으..."

두 사람이 내 옆에서 작게 울고 있었다. 그때...

"...카... ..세... ..카......."

세키가하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화들짝 놀란 나는 서둘러 세키가하라를 향해 달려갔다.

"세, 세키가하라. 살아있어?! 대답해 봐!!"
"..졸..려.. ...하아... 하아....."

금방이라도 죽을 것 만 같은 상태에서, 그녀는 기적적으로 정신을 쥐어짜 내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대체 누구야..! 널 이렇게 만든 건!?"
"아... 커흑... 하아.... 그.. 남자... 아.....
.. 안.. 돼... 너무... 졸... ...츠루..."

세키가하라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자신의 손을 츠미기리의 등에 얹었다. 그리고는 그녀도..

[딩동댕동~! 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같은 장소로 모여주세요~]

수사 시작


"... 남자..라고 했어. 세키가하라는.. 분명히."

시루시에게 수사를, 나가사키에게 조사를 요청한 뒤, 나는 다시 세키가하라의 증언을 곱씹었다.

말탄환 수집
: 세키가하라의 유언


...좋아, 메모했다.
모노쿠마가 아직 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모노쿠마 파일은 학생들 전원이 잠에서 일어나 달려오면 배부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시체의 상태를 확인해 보자.

"시체는.. 발견 당시까지만 해도 두 시체가 포개진 상태였지. 츠미기리가 위에, 세키가하라는 아래에 있었어. 피 웅덩이가 있는 걸 볼 땐 과다출혈로 인한 죽음인 것 같아."

말탄환 수집
: 포개진 츠미기리와 세키가하라의 시체
: 시체 발견 상황


우연히 이런 상태로 죽었다기엔 역시 힘들겠지. 시루시가 좀 더 조사한 뒤에 물어보도록 하자.

"...음?"

시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석고 창이 있는 것이 보였다.

"뭐야, 이건 미술실에선 본 적 없는 물건인데.
......."

자세히 조사한 나는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피가. 석고 창의 날 전체가 새빨간 선혈로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대체... ..아무래도 이건, 두 사람을 살해한 흉기일지도 모르겠어."

말탄환 수집
: 석고 창


"...이, 이치노사키 씨. 부검, 끝났어요.."

시루시는 여느 때보다 긴장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그럴 만도 하지, 평화롭게 지내다가 갑자기 사람이 두 명이나 죽었으니.

"이, 일단... 예상한 대로 두 분 다 과다출혈로 인한 사망이에요.. 그, 그리고.. 츠미기리 씨는 복부에, 세키가하라 양은 가슴에 무언가를 관통당했어요.. 아무래도.. 저 석고 창으로, 보여요오... 세키가하라 양의 손과, 두 분이 관통당한 그, 구멍에.. 석고 가루가.. 있었어요.."
"석고 가루와.. 관통상.. 알겠어. 알려줘서 고마워."

말탄환 수집
: 시루시의 부검
: 세키가하라의 손의 석고 가루


"그런데, 왜 세키가하라의 손에 석고 가루가..?"
"...그건 저, 저도 잘.. 모르겠어요오..."

.. 모르겠다. 두 사람이 죽는 순간 외에는 사건의 전개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 어떡하죠...?"
"... 일단 자고 있는 다른 애들이 오길 기다릴 수 밖..."

내가 다른 친구들을 기다리자고 말하려던 그 순간.

[딩동댕동~ 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교내 여러분은 즉시 발견 장소인 3층의 물리 준비실로 와 주세요! 근데 세 명 씩이나 죽었네~ 이거 괜찮은 건가..?]

"... 뭐?"